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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과 ‘인간’의 거리…“감점을 줄여라”
취재수첩 / LG그룹의 양두구육(羊頭狗肉)
김경탁 기자
춘추시대 제(齊)나라 왕 영공(靈公)에게는 궁중의 여인들에 남장을 시켜 놓고 즐기는 괴벽이 있었다.
이 습성은 곧 일반 민간에도 퍼져 남장 여인이 나라 안 도처에 등장했는데, 이 소문을 들은 영공은 궁중 밖에서 여자들이 남장하는 것을 왕명으로 금지시켰다.
하지만 왕명은 이행이 잘 안 되었고, 영공은 우연히 만나게 된 안자(晏子)에게 왕명이 잘 이행 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안자는 "폐하께서 궁중 안에서는 남장 여인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만 금하시는 것은 마치 문에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궁중 안에서 여자의 남장을 금하소서"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영공이 깨우친 바가 있어 안자의 말대로 궁중에서도 여자가 남장하는 것을 금하였고, 불과 한 달이 못 되어 온 나라 안에 남장 여인은 없어졌다고 한다.
- 안자춘추 -
LG그룹은 지난 1월15∼16일 최고경영진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갖고 '인간존중경영'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3년간 전략회의를 통해 붙들고 있던 화두는 '고객가치경영'. '고객가치'가 '인간존중'이라는 훨씬 넓은 범위로 확장된 셈이다.
하지만 '인간존중경영'에 대해 LG그룹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인간존중경영'에서 말하는 '인간'이 어떤 의미를 담은 개념인지 찾아볼 수 없다.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구성원 모두가 창의성을 마음껏 발현하고 스스로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존중경영'의 참모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 회장의 2009년도 신년사에서 '인간존중경영의 근간'이라고 지목된 사항들을 보면 인재 확보·육성, 변함 없는 고객가치, 서로 간의 신뢰, 우리는 하나라는 굳건한 믿음 등이 나오는데 이런 개념이라면 '인간존중' 보다는 '인재존중' 혹은 '조직존중'이 더 적절한 표현 같다.
<사건의내막>은 그동안 LG 계열사들과 관련해 LG전자 왕따 사건(정국정), 서오텔레콤 특허권 침해, LG전자 홈플러스 자사 매장 죽이기(신우데이타시스템), LG전자 연쇄 폭발&리콜(국내 소비자 홀대), 그룹 직원 및 관계사에 대한 LG파워콤·LG텔레콤 강제할당판매 등에 대해 꾸준히 보도해 왔다.
이 사안들의 공통점은 '인간'을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소모되거나 언제든 폐기할 수 있는 '휴먼리소스(인적자원)'로 보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사안이 LG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경영진들은 하나같이 어떤 측면에서의 과욕(?)을 억누르지 못함에 따라 태도 변화 가능성을 찾기가 어렵고 당연히 원만한 해결의 기미도 잘 보이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2001∼2002년 이후부터 '1등 LG'라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을 해본 사람들이 꼽는 성적향상 비결 중 하나는 "잘하는 과목을 더 잘하는 것보다 취약과목에서 '감점'을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점 줄이기' 이것이 지금 LG에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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