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 근로자의 날을 맞는 감회가 남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해고근로자들인데요.
⊙앵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다시 일터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해고자들을 복창현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공단 입구 한쪽 시멘트 바닥에 6평 남짓한 천막이 세워져 있습니다. 12년 몸담았던 직장에서 노조활동에 앞장섰던 2년 전 해고된 41살 이충배 씨. 복직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간 지 벌써 석 달째입니다. 외롭고 힘든 농성이지만 천막 안에 붙은 동료들의 격려의 글들은 큰 위안입니다.
⊙이충배(해고 근로자): 언제 복직이 될지 모르겠다. 과연 복직은 되겠느냐, 이런 분들이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갑갑한 거고요.
⊙기자: 이 씨는 농성 중 간간이 집을 찾지만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게 늘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충배(해고 근로자): 오늘 기침 많이 했지?
⊙인터뷰: 네.
⊙이충배(해고 근로자):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가정같이 이렇게 따뜻한 가정같이 보살피면서 살고 싶은 것은 아마 해고자들 누구나 똑같이 갖고 있는 마음일 겁니다.
⊙기자: 정국정 씨도 회사의 자재납품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40살이 넘은 나이에다 해고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3년째 변호사도 없이 회사를 상대로 외로운 법정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국정(해고 근로자): 비록 힘들고 하더라도 그 진실을 밝히는 날이 곧 제가 복직하는 날이기 때문에 제 복직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기자: 해고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정 씨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해고자들도 돕고 있습니다.
⊙정국정(해고 근로자): 저같이 억울하게 해고된 사람들을 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가 상담사이트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기자: IMF 때 전 직장의 부도 이후 힘겹게 학습지회사에 다시 취업한 고용복 씨. 의료보험 혜택도 없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요구에 앞장섰던 2년 전 해고를 당했습니다.
⊙고용복(해고 근로자): 학습지 교사들의 현실 내용이거든요.
⊙기자: 고 씨는 틈만 나면 비정규직 학습지 교사들의 처우개선 필요성을 알리는 거리홍보에 나섭니다.
⊙고용복(해고 근로자): 내년 근로자의 날 이전에 복직을 해서 가장으로써의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으면...
⊙기자: 이들의 경우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해고를 당해 복직투쟁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이 300명이 넘는다는 게 민주노총의 집계입니다. 해고자라는 낙인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이들의 유일하고도 소박한 소망은 꼭 일터를 되찾아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것입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