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하는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중소ㆍ중견기업 시장에 뛰어들어 평화를 깨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수기다. 정수기 시장은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교원L&C, 동양매직을 비롯한 200여 중견ㆍ중소기업 시장이지만 LG전자가 헬스케어가전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2008년 말 정수기 판매에 나서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LG전자 정수기는 진텍이라는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해서 LG마크를 붙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이나 다름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확인했다.
결국 대기업 브랜드 파워로 중소기업 시장을 먹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LG는 이에 앞서 전기밥솥을 생산ㆍ판매하다 밥솥이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중소기업으로 다시 매각한 사례도 있다. 업계 한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에 LG 상표만 붙여 파는 게 무슨 차세대 성장동력이냐"고 지적했다.
LG전자 정수기 판매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정수기 업체 관계자는 "LG전자가 초창기 홍보용 전단지에 우리 회사 이름을 실명으로 명기하고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방광고를 했다"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타사 제품을 대놓고 비방하는 것은 대기업이 할 도리는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렇게 진출했지만 정작 LG전자 시장점유율은 사업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3% 미만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 `삼정`에서 OEM 방식으로 조달해 판매하던 공기청정기를 2003년부터 직접 생산ㆍ판매로 전환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거대 기업 브랜드 값을 못하고 현재 시장점유율은 6%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6년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면서 이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며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만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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