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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배짱 AS’에 소비자 맞짱 떴다
LG전자 휴대폰 줄고장
누리집 글 올리니 “내려라”
악성 민원인 취급하기도
피해자모임 카페 만들고
본사앞 두달째 1인시위
이승준 기자
▲ ‘LG전자 AS 피해자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이아무개씨가 1일 아침 서울 여의도 엘지
(LG) 트윈타워 정문 앞에서 ‘엘지전자 서비스는 반성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한 1일 아침, 마스크를 쓴 이아무개(28)씨가 서울 여의도 엘지(LG) 트윈타워 정문 앞에 섰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직장인들이 ‘엘지전자 서비스는 반성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이씨를 쳐다봤다.
이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 의사로 일한다. 이날도 응급실 근무를 하고 2시간 정도 눈을 붙인 뒤 여의도로 나왔다. 그는 지난달 7일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침 8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이곳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잠 잘 시간마저 빠듯할 텐데 왜 1인시위에 나선 것일까.
엘지전자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이씨는 지난 5월22일 자신의 휴대전화가 자주 꺼지는 현상 때문에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앞서 연도인식 오류가 있어 서비스센터에서 업데이트를 받은 뒤였다. 소프트웨어를 재설치하는 서비스를 받았는데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결국 휴대전화를 서비스센터에 24시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씨는 엘지전자 고객서비스 누리집과 소비자 관련 누리집에 “다른 고객들도 같은 현상으로 수리하던데,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글을 올렸다.
이씨의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회사 쪽에서 ‘메인보드를 교체해줄 테니 글을 내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화가 난 이씨가 수리이력서를 요청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펜으로 쓴 종이 한 장을 받았을 뿐이다. 이씨는 결국 항의의 의미로 휴대전화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내용증명으로 본사에 보내고, 서비스센터에서 휴대전화를 찾아가지 않았다. “제품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고 수리해주기보다, 상황을 막기에 급급한 서비스센터에 화가 났어요.”
이씨는 지난달 9일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LG전자 AS 피해자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회원 수가 한 달 만에 600명이 넘었다. 카페에는 “같은 고장 3회를 넘었는데 환불을 안 해준다”, “수리이력서 발급을 꺼린다”, “며칠을 맡겨도 고장 원인을 알 수 없으면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등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카페 회원 수가 늘어나자 지역 서비스센터 책임자가 연락을 했다. “‘책임 있는 사람’이라며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더니, 옛날에 제가 사용했던 노트북 수리 실적까지 언급하며 ‘블랙 컨슈머’(악성 민원 소비자) 취급을 하더군요.”
하지만 이씨는 이런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을 감시하는 ‘가욋일’을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카페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패러디를 활용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전자제품 관련 누리집 게시판에 올리고, 1인시위 후기도 올린다. 카페 회원들과 가을께 피해 사례를 모아 발표하는 문화제도 계획하고 있다.
엘지전자는 "이씨에게 최선을 다해 수리해 줬고, 회사 쪽 서비스에 큰 잘못이 없는데도 '문제 있다'는 식으로 글을 올려 억울한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일 뿐 '글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 당시 이씨도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엘지전자는 "1인시위와 카페 등을 만들었기 때문에 불만 사항을 직접 듣기 위해 이씨를 만난 것이고, 이씨가 '수리내역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물어 이씨의 수리내역을 예로 보여준것" 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 기사 원본 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86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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