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정씨(40)에게 LG전자 구자홍 대표는 '양치기 소년'이다. 자신의 앞길을 두고 여러번 거짓말을 일삼은 구자홍 대표에게 정씨가 붙인 별명이다. 그는 자신의 문제가 거론 될때마다 '정씨의 일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는 구대표를 동화책에 나오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비유하고 있다.
[구자홍 대표의 거짓말]
정국정씨와 구자홍 대표의 첫 만남은 1999. 7. 29 신라호텔에서였다. 당시 더 이상 왕따를 당하며 근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씨는 비서실을 통하여 구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대표와 만남의 자리에서 정씨는 사내비리를 고발한 '괘씸죄'로 구조조정대상자가 되었음을 호소하며 상사의 퇴직 종용, 부서내에서 왕따를 시키기 위해 일명 '왕따메일'을 발송한 증거, 폭행진단서 등을 보여 주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구 대표는 자료를 검토한 후 "이제 내가 알았으니까 걱정말고 돌아가 있어, 해결하여 줄께"라고 말하며 정씨를 다독여 돌려 보냈다. 정씨는 "구 대표가 어느 정도 문제의 윤곽을 파악했을 것란 생각에 진정으로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며 당시는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한 그룹의 CEO가 힘없는 사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특히 구 대표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2002. 3. 14.은 정씨와 구 대표가 두 번째 만나는 자리였다. LG전자는 당시 '왕따'로 인해 산재를 인정받은 정씨를 상대로 산재인정의 중요한 증거인 '왕따메일'을 위조하였다고 정씨를 고소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의 주주총회 참석은 LG전자의 주주로서 구 대표에게 '왕따메일'에 대해 직접 질의를 던지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산재환자에게 '왕따메일' 위조로 형사고소 할 수 있느냐"는 정씨의 질문에 구 대표는 정국정씨 문제는 조만간 한만진 상무에게 지시를 내리겠다"며 주주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반신반의 하는 마음이었지만 거짓말인 줄은 몰랐다. 주주들 앞에서까지 거짓말을 일삼을 줄이야." 결국 그는 경비원들에게 밀려 회사에는 발을 들여 놓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임기응변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03. 3. 14. 주주총회는 정씨와 구 대표의 세 번째 만남의 자리였다. 당시 정씨의 질문에 구 대표는 "정국정씨는 인사팀에 이야기하여 자리를 마련하여 보겠다"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정씨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내뱉은 구 대표의 말도 거짓이라고 한다. 그는 "주주총회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연락도 없다"며 또 한번 쉽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LG측에서는 "주주총회 당시 구 대표가 정씨에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총회 의장으로서 의안이 아닌 부분에 대해 저지를 하신 것이다"며 정씨가 구 대표의 말을 나름대로 해석한 것 뿐이라고 대변했다.
처음 대변에서 둘만의 약속내용을 불이행한 이유를 재차 묻자 "자신들은 알 길이 없다"며 정국정씨 사건은 아직도 진행중인 사건이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