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재벌 봐주기로 손해 입었습니다"
<월간 말>[권두릴레이]엘지전자 해고자 정국정 씨
정웅재 기자
△엘지전자 해고자 정국정씨 ⓒ김철수 기자
정국정(44) 씨는 내부고발자다. 96년 엘지전자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자재팀에서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컴퓨터 부품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씨는 이 사실을 회사 감사실에 고발했고, 자재팀의 해당 직원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자재팀을 관할하던 실장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때부터 정 씨의 삶은 엉키기 시작했다.
“당시 (고발내용이) 사실로 다 밝혀져 결국 회사에 이익을 줬는데도 실장한테 찍힌거죠.”
그 후 정 씨는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돼 퇴직압박을 받았다. 부당한 퇴직압력에 저항하자 회사는 정 씨의 책상도 빼고 업무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왕따 전자우편’까지 정 씨 동료들에게 발송했다.
“‘정국정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라’‘아이디도 빌려주지 마라’ ‘정국정이 컴퓨터를 사용하면 해당 컴퓨터 관리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팀 전원에게 발송했습니다.”
왕따 전자우편이 돌고 있음을 알게 된 정 씨는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엘지전자는 2000년 7월 “정 씨가 전자우편을 변조했다”라며 사문서 변조혐의로 정 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정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정 씨는 그를 고소한 구자홍 엘에스그룹 회장(당시 엘지전자 대표) 등을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왕따 전자우편을 보내지 않았다고 거짓 증언을 한 김 아무개 씨만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 구 회장은 한 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고 무혐의 처리됐다. “김 아무개도 6개월 실형을 살고 나온 뒤, 회사에서 복직 및 진급을 시켜줬다”라며 정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그의 소송은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정씨는 2003년 다시 구 회장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당시 서울지검 김종근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서울고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렸지만, 사건을 배당받은 당시 남부지검 김관정 검사는 다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2005년에도 정씨가 구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다시 고소하면서 같은 수순이 반복됐다.
결국 정국정 씨는 지난 1월 9일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손해를 입었다”라며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열린 국가배상소송 2차변론에서 법원은 검찰의 재벌회장 봐주기 수사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정 씨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명하라며 검찰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피고가 패소할 경우 신문에 크게 날 만한 사건"이라며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라고 촉구했다.
정 씨는 최근 재판부의 태도 등을 볼 때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며 회사에 복직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실이 다 밝혀진다고 해도 고통속에서 보낸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한탄스러워 했다.
마지막으로 정 씨는 검찰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듣고 판단해야 하는데, 제가 무고하다는 증거를 아무리 갖다대도 듣지를 않습니다. 이게 흰 건데, 검은 거라고 결정을 내리는데 제가 어떻게 승복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