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불기소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에 법조계와 법학계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 원
판결을 내린 최남식 판사는 “이번 사건처럼 허위고소와 잘못된 기소가 맞물려 억울하게 고통을 당한 사람에게는 검찰이 더욱더 책임있는 자세로 고소인들에 대한 무고여부를 조사해 허위고소로 검찰을 현혹한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정씨의 고소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과 재기수사명령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검사는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할 대기업에서 경찰, 검찰의 수사과정 및 재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그릇된 증거자료와 증인신청 등으로 실체적 진실발견을 어렵게 만든 사건이므로 개인에 대한 혐의유무를 판단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 차원에서 사건의 진상과 은폐의혹 여부를 치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며 재기수사 의견을 개진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의 불기소처분 후 원고를 허위고소한 일부 회사간부들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또 원고가 여러번 고소를 하면서 괴로워 했던 것은 대표이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매번 불기소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 찰
하지만 검찰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그리고 헌법소원 등 법적으로 허용된 제도에 의해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동현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1심 법원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문제삼아 국가배상을 인정한 것은 유사 사건에 파급될 효과를 볼 때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에 수십만건의 고소가 제기되고 이중 기소되지 않는 사건이 3분의 2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검사의 처분결과에 대해 법 제도를 통한 구제가 아니라 정신적·물질적 배상을 하라는 방식으로 간다는 것은 심히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도 “검사가 고의나 과실로 공소시효를 넘겨 기소를 못한 경우 등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항고와 재항고, 심지어 헌재까지 거쳐 불기소처분에 대해 문제가 없음이 명백한 사건”이라며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은 여러 증거를 고려해 결정할 검찰의 몫인 만큼 이번 판결은 공소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이런 식이라면 재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판결의 유·무죄에 대해 항소심이나 재심의 제도적인 절차를 통한 수정이 아니라 사건 관계인이 법원의 오판 가능성이 있으니 해당 재판부는 이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재 야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불기소처분에 대해 내리는 결정은 기소명령이 아니라 재기수사명령으로 검찰이 이에 따라 반드시 기소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각결정이 났다고 해서 반드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적법하다는 확정적인 의미도 아니다”며 “법원이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사건관계인의 정신적 피해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독자적인 고유권한”이라고 말해 법원 판결을 지지했다.
하지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번처럼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헌법재판소가 정씨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는데도 이와 배치되는 내용으로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무고죄의 경우 최근 법원이 원 고소사건의 무죄판결을 고소인의 무고를 입증하는 자료로 삼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도 이번 판결은 고소사건의 무죄를 무고 기소의 중요한 이유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어 최근 법원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 이상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판결은 검찰이 혐의를 부인하는 이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무고혐의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반복한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씨의 말만 듣고 다른 증거없이 기소를 하라는 것이냐”며 “이는 오히려 법원이 또다른 공소권 남용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 계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불기소처분에 명백한 직무유기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수사미진 상태인데도 불기소처분을 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 원리상 국가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법 원칙”이라고 말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대 교수는 “이번 판결은 검사의 불기소처분행위를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가배상이 인정되려면 공무원이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해야 하는데 검사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면 법일반 원리에 비춰봤을 때 불기소처분에도 국가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