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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 | (2007-04-02 00:44:11, Hit : 4951, Vote : 10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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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대우하게 된 경위를 엿볼 수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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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신분을 비교해야 하나? l 인사정책국장의 인사 (人事)이야기
지난 주 발행된 어떤 신문에 "검찰이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등 현직 판사 4명과 전현직 검사 4명, 경찰 간부 2명 등 12명이 수사나 재판 등과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는 기사가 실렸다. 또 다른 신문에는 "5공 초기 고법부장과 검사장급에게 차관급 대우를 해 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란 기사도 눈에 띄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사법부에 소속된 특정직공무원인데 왜 행정부 소속 정무직공무원인 차관급이라고 친절하게(?) 괄호 안에 표기를 해줘야 하는지? 또 검사장은 왜 차관급으로 대우를 해주는지? 혹시 독자들이 해당 언론사에 고법 부장판사는 행정부 공무원의 어느 급에 해당되는지 물어봐서 그랬는지? 5공 초기에 그런 대우를 해 줬다는데 왜 아직도 그런 기사가 실렸으며 과연 그런 비교가 타당한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차관은 행정부 내에서 ①대통령-②국무총리-③부총리/장관 다음이니 네번째 서열이고, 고법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에서 ①대법원장-②대법관-③고등법원장 다음(이런 방식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으로 역시 네번째 서열 정도되니까 서로 동급이라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되어 행정부와 같은 엄격한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도 이와같이 비교해도 괜찮은 것인가?
한편 행정부에는 각 부처의 차관 밑에 실·국장들이 여럿 있는데 실·국장에 보직되는 검사장을 그 직속상관인 차관과 동등하다는 것은 정부조직의 원리와 구조에 비춰볼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과거 지방자치단체장을 정부가 임명하던 시절에 광역시.도지사에게 차관급 보수를 지급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관할지역이 비슷한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에게 수사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에 상응한 대우를 하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민선시대이고 또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런 논리라면 검사장만이 아니라 지방국세청장이나 지방국토관리청장 등도 다 차관급으로 예우하여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1999년부터 정무직공무원과 국장급 이상 일반직공무원 등에 대하여 연봉제가 도입됨으로써 기본급을 중심으로 매년 급여가 인상되는 구조인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개별 공무원의 보수총액 기준으로 삼던 기본급이 엉뚱하게도 공무원의 신분위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다 . 계급이 있으면 계급간 비교로, 계급이 없으면(정무직이나 별정직 등) 기본급의 액수가 신분의 비교기준으로 활용된 것이다 . 그래서 예컨대, 행정부가 1995. 12. 29 개정(1996. 1. 1 시행 )한 대통령령인「공무원 보수규정」별표2에서 차관의 기본급을 1,963,000원으로 책정하자 대법원은 1996. 4. 8 대법원규칙인「법관등의 보수에 관한 규칙」을 개정(1996. 1. 1부터 소급 적용 )하여 별표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기본급을 1,963,000원으로 책정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차관과 동등시하였다. 그 후 법무부는 1996. 4. 27 대통령령인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1996. 1. 1부터 소급 적용 )하여 별표2에서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기본급을 1,963,000원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동일하게 책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고법부장판사는 차관에 맞추고 검사장은 고법부장에 맞춤으로써 차관=고법부장=검사장의 공식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편 검사의 직급구조는 2004년부터 검찰총장과 검사로 이원화됨으로써 검사 보수표 상으로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검사장 등의 직위 구분 없이 검사 호봉만 표시되고 있다 . 따라서 기본급 액수를 통한 직위별 신분 비교는 이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법관 급여표는 아직 직위별로 구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의 관행에 비추어 고법 부장판사와 검사장을 행정부의 차관과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물론 차관도 계급이 아니라 직위이므로 차관급이라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공무원의 급여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므로 다음 해의 급여규모는 전년도 말까지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된 뒤에 법령으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연말(부득이 예산이 늦게 확정될 경우 연초)에는 「공무원 보수규정」을 개정하여 국민들에게 다음해 공무원 보수가 어느 정도가 된다는 것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검사와 판사의 경우에는 여타 공무원의 보수 규정이 확정 시행된 후 다음 해 초에 관련 법령이나 규칙을 개정하여 소급 적용하는 관례를 오랜동안 유지해 오고 있다.
검사도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란 점에서는 공무원의 보수관련 일반규정에 의하여 함께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판사와의 특수한 직무관계를 고려하여 별도의 법령체계를 갖다보니까 상대적으로 입법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대법원규칙을 따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공무원의 급여는 국가공무원법 제46조 제3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직종간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동시에 결정되는 것이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볼 때 보다 적절할 것이다 .
그런데 호주 연방정부의 경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주요 직위에 대하여는 독립된 기관인 급여심사위원회(the Remuneration Tribunal )에서 직무분석·평가를 통하여 연봉액을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심의·결정하여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단순히 차관(secretary) 또는 그에 상응하는 기관장(Agency Head)라고 해서 모든 차관급 기관장의 연봉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직무의 중요도·난이도·책임도와 크기 등을 종합 고려하여 다양하게 책정하고 있다. 이는 호주 연방공무원의 인사제도가 신분에 기초(career/rank based system)하지 않고 철저하게 직무에 기초(position based system)하고 있으며 특히 '동일직무에 대한 동일보수(equal pay for equal work)'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공무원의 연봉 크기가 신분상의 차등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직무의 성과책임(Accountability) 크기를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보다 합리적으로 보수가 결정될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우리나라 국장급 이상의 계급을 폐지한 고위공무원단제도(Senior Civil Service)는 신분의 차이에 따른 연봉 격차 대신 직무의 크기에 따른 연봉 격차로 전환된 참여정부의 인사혁신 결과란 점에서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상 3권분립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법부 공무원들에게까지 행정부의 공무원과 굳이 위상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고법 부장판사가 행정부의 어느 직위에 해당할까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 만약 궁금증 해소 차원이라면 고법 부장판사뿐만 아니라 지법 부장판사와 일반 판사까지도 비교하는 것이 옳다. 고법 부장판사는 사법부 스스로 그 직위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면 족할 일이다 .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서는 문무백관과 대소신료들을 정1품부터 종9품까지 모두 등급을 정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계약사회인 대한민국 시대에서는 전체 공무원에 대하여 일률적인 기준에 의하여 서열을 매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간혹 입법·행정·사법부의 공무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부득이 의전상 서열을 정할 일이 생길텐데, 이 때는 의전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행사마다 나름대로 중점을 두어야 할 참석 인사가 있거나 행사의 취지를 고려하여 적절히 참석자의 자리를 배치하면 족할 것이다 . 또 공무원이 서로 다른 직종간에 채용되는 경우에도 획일적인 비교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직위가 갖고 있는 직무수행요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그때그때 업무실적과 경력 등을 종합 고려하여 정하면 될 것이다 .
그렇지 않고 고법 부장판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차관급이라는 등의 설명이 곁들여지는 일은 아직도 우리가 신분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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