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lgnews.co.kr
|
Copylight
GJ Microsystem Since 2002
|
|
![]()
|
|
|
|
|
|
|
|
 |
1 |
|
 |
[조선데스크] 테러 교수와 뷰티플 마인드
이진동 탐사팀장 jaydlee@chosun.com
입력 : 2007.01.19 22:36 / 수정 : 2007.01.19 22:46
▲이진동 탐사팀장 전직 수학과 교수의 법관 테러 사건을 보면서 천재 수학자 존 내시를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아름다운 마음)’가 오버랩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내시는 뛰어난 수학적 두뇌를 지녔지만 오만하고 돌출 행동이 있는 괴짜였다. 그는 MIT 교수 시절 구소련의 암호해독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피해망상으로 정신분열증을 겪는다. 그는 대학에서도 쫓겨났다. 하지만 그 후 그는 30여년간 정신분열증과의 싸움 끝에 1994년 ‘균형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타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는 바로 내시의 자기 극복 의지와 정신이었다. 또 고통의 세월 속에서 아내 알리샤가 지켜낸 사랑, 내시의 자기 극복 과정을 묵묵히 받아준 동료애, 이런 것들이 ‘뷰티풀 마인드’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구속된 수학교수 김명호(50)씨는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의 엘리트지만 아직 내시만큼 국제적 명성은 얻지 못한 듯싶다. 닮은 점이 있다면 사회성 부족이다. 김씨는 동료 교수들의 실력을 무시하고 학생들에게 소속 학과와 교수, 학교를 공개 비난했다. 또 많은 학생들에게 평균 이하 학점을 줬으니 학교, 교수, 학생들의 눈 밖에 났을 법하다.
내시의 모교 프린스턴대는 교수와 학생을 소련 스파이로 착각, 가끔 폭력적 발작을 일으키는 내시를 받아들였다. 연구실을 내줬고, 나중엔 강의도 맡겼다. 그가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우리 대학의 풍토였다면 아마 ‘정신병자’라고 쫓겨났을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기대하기도 어렵다.
김씨도 해직 이후 해외에서 무보수 연구교수로 10년간 인고(忍苦)의 기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뒤 교수 복직을 위한 법적 투쟁과 1인 시위에 광적으로 몰두했다. 시련을 학문으로 승화하려는 반성과 극복의 ‘뷰티풀 마인드’는 없었던 셈이다.
학계와 동료 교수들도 ‘뷰티풀 마인드’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학교와의 갈등의 씨앗은 김 교수의 수학문제 오류 지적과, 이로 인한 동료 교수들과의 다툼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학교는 심지어 김씨가 제출한 논문이 재임용 요건을 충족하지만 ‘부적격’ 판정을 했다. ‘보복적 행동’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료 교수의 오류를 못 본 체하고 고분고분했다면 과연 ‘괴짜’행동만으로 학교가 그를 내쳤을지 의문이다.
그런 그가 기댈 곳은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었다. 법원은 1·2심에서 “수학문제 오류 지적이 재임용 탈락의 한 원인이고, 연구실적의 부당한 평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교육자로서 품성과 자질을 지니지 못했고, 보복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김씨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 양측이 제출한 증거에 따라 재판을 했을 터이니 법원의 판단이 옳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어느 대학이 ‘미운털’ 박힌 교수를 쫓아내면서 ‘동료 교수에 대한 오류 지적’이라는 이유를 들이대겠는가.
김씨의 테러 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법관 테러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사법부의 권위도 확립해야 한다. 유능한 학자라 해도 테러행위는 엄벌해야 한다.
다만 밑바닥 원인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법 만능주의에만 빠진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인 시위가 법원 앞에서 끊이지 않는 것도 마지막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 때문일 게다. 재판에서 이들의 궁박한 처지와 호소에 좀더 귀를 기울인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절로 쌓일 것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안희수 (hsahnkr) 2 0
오랫만에 조선일보에 글다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계속 그렇게 공정하게 써 주기 바랍니다. (01/20/2007 19:08:06)
• 장영수 (richard7) 6 1
동감합니다만!!!! 김교수의 "뷰티풀마인드 부족"이란 말씀에는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 김교수는혼자였지만 맞서싸운 상대는 학계와 동료교수"집단",그의 절규를 외면한 학교였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기댄 "인권의최후보루" 법원마져 그를 외면했습니다. 집단의힘과 권력을지닌 그들과 10년동안 외로이 고군분투한 그, 이들 둘간의 "무기의 불평등"또한 고려하셨어야 했다고 봅니다 (01/20/2007 11:36:29)
• 사공곤 (sakongkon)
백자평을 작성자께서 삭제하셨습니다 (01/20/2007 10:26:32)
• 박대우 (comecca) 13 0
아주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사회성부분이 중요하긴 한데 학자들 사회에서는 약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저런 외곬수인 교수가 학과에 꼭 한명 정도는 있지요. 학점 잘 안주고 학생과 타협안하고 원리원칙대로인 교수, 당시는 미웠으나 세월이 지난뒤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디다. 한번 찾아 뵈어야 하는데,.우리사회는 법조인들에게 뷰티풀마인드가 필요해요. (01/20/2007 04:11:13)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