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일선 중견 및 소장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신임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하는 연판장 작성에 돌입, 신임 대법관 제청 문제를 둘러싼 파문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사시33회) 판사는 13일 "현재 진행중인 대법관 제청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재경지역 단독판사들이 전국 법관 여러분에게 대법원장의 재고를 건의하기 위한 의견수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당초 사시 28회 이하 소장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 27회 이상 부장판사들도 동참을 호소키로 했다며 의견을 수렴한뒤 연명서 형태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해 사실상 e-메일 등을 통해 `연판장' 작성에 들어갔음을 확인했다.
또 북부지원 오재성(사시 31회) 판사와 서울지법 본원 유승남(사시 28회) 판사 등이 이 판사와 함께 대법관 제청 재고 문제 등과 관련한 의견 수렴 및 연명서 작성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통신망에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하며'라는 글을 통해 "지금까지 진행된 대법관 인선과정은 우리의 기대를 외면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좌절케 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예비판사들을 포함, 전체 1천800여명의 법관들중 재경 지역 단독판사 등 소장 판사들을 중심으로 최소 100여명 이상의 법관들이 연판장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자칫 사법 파동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 판사는 "대법원의 인적구성이 현재의 규범적인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한채 과거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다면 대법원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법원이 소수의 기본권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다양한 입장이 조화를 이룬 대법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사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이 검증된 법조인이 제청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법원은 종래의 불신을 종식시키고 개혁의 주체로 나설 것인가, 여전히 개혁대상으로 남을 것인가를 선택할 기로에 놓여있다"며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이미지를 청산하기 위한 지난 10여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