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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어이없는 부실수사, 자백까지 한 수뢰공무원 항소심서 무죄선고 받아
검찰이 공무원으로부터 뇌물수수 자백까지 받아내고도 돈이 오간 금융기관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조차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수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뇌물수수 공무원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전봉진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 추징금 2,035만원을 선고받은 전 남양주시청 교통행정과장 강모(57)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남양주시에서 마을버스업체를 운영하는 정모씨가 “1997년 1월 버스노선을 구리시까지 연장해달라며 강씨에게 2,000만원을 줬으나 들어주지 않았다”고 강씨를 고소하자 수사에 착수, 강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도 지난해 5월 “강씨가 돈 받은 것을 시인하고 진술도 일치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이 시작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강씨는 “1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은 빨리 석방돼 무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며 “97년말에 2,000만원을 받았지만 1,000만원은 바로 돌려줬고, 700만원은 며칠 후, 300만원은 몇 달 뒤에 돌려줬기 때문에 97년 1월에 돈을 받았다는 검찰 기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검찰 수사단계부터 이같이 주장했지만 검찰은 고소인 진술에만 의존, 정씨가 농협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은 97년 1월을 뇌물수수 시점으로 단정해 기소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97년 1~2월 정씨의 농협계좌 입출금 내역 확인에 착수했다. 그러나 출금 날짜와 내역 등은 검찰의 공소 내용과 어긋나는 등 부실수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97년 1월24일 현금으로 인출된 2,000만원이 강씨에게 건네졌다’고 기소했지만, 확인결과 1월24일에는 310만원만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검찰은 항소심 재판도중 돈을 받은 시점을 ‘97년 1월24일’에서 ‘97년 2월5일’로, 다시 ‘97년 2월6일’로 두 차례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2월5일과 6일의 인출은 매월 이뤄지는 회사운영자금 인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과 고소인이 재판부의 입출금 조회 사실에 맞춰 주장을 계속 번복하고 있어 믿을 수 없다”며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 관계자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주장하는 뇌물수수 시점이 다르면 최소한 입출금 내역을 확인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뇌물수수 시점을 바꿔 재기소 하기도 어려워 유죄가 충분히 인정되는 사건에 면죄부만 주게 됐다”며 혀를 찼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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