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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석 증인 제재 강화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워크숍, 공판중심주의 구현위해 절실… 공동인식
과태료 제도 적극 활용… 구인장 발부보다 효과적
증인으로 출석하는 피해자 보호대책 마련도 시급
법원이 재판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재판에 불출석한 증인은 과태료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8~29일 수안보 파크호텔에서 신영철 법원장과 허만 형사수석부장판사, 형사부 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2008년 전반기 워크숍’을 열고 증인출석확보방안과 피해자 인권보호방안 등 형사재판현안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개정 형소법상의 공판중심주의와 공판진행방식에 대한 의견교환을 위해 마련된 이번 워크숍에서는 임성근 법원행정처 형사정책총괄심의관이 ‘개정 형소법상의 공판중심주의의 실천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서울중앙지법 이경춘·민병훈·임종헌 부장판사가 공판제도와 양형과 관련한 주제발표를 했으며, 법무법인 바른의 김치중 변호사가 ‘형사법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했다.
◇ 불출석 증인 큰 코 다친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판사들은 공판중심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판에 증인출석이 담보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증인출석 확보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다수의 판사들은 구인장을 적극적으로 발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과거에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으나,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과태료를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김민기 판사는 “공판중심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재판 당일 증인의 출석이 담보돼야 한다”면서 “개정법에 따라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범위 내에서 과태료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증인을 신청한 측은 증인이 반드시 출석하게끔 노력해야 한다”며 “구인장을 발부해도 집행이 제대로 안돼 증인이 불출석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증인을 신청한 검찰측에서는 증인구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허만 형사수석부장은 “불출석 횟수나 유형에 따라 과태료에 차별을 둬야 한다”며 “예컨대 보통의 불출석 증인에게는 100만원, 고소하고 불출석하면 200만원 등 차등을 주되 후에 증인이 실제로 출석하면 부과한 과태료를 직권취소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폭력사건 전담부를 맡고 있는 배기열 부장판사는 “불출석하는 증인에게 제재를 가하더라도 보호가 필요한 증인의 경우는 예외가 되야 한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 피해자 보호대책 마련 시급= 이와 함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림 부장판사는 “현재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절차는 많으나 정작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많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본받아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이동통로를 마련하는 등 피해자가 재판출석 도중 가급적 피고인 가족과 만나 엉키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전담 대기실을 만들고 또 피해자 안내를 위한 실무관을 배치시켜 피해자가 안심하고 출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이 요구되는 것도 아닌 만큼 신속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또 “피해자가 피고인 가족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데 과연 형사사건에서 ‘합의’제도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합의금이 주로 문제가 되는데 이것은 공탁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증거조사방법에 적합한 증거서류 유형화 필요= 한편 민병훈 부장판사는 주제발표에서 “현재 법정에서 증거서류의 조사방법으로는 낭독, 요지의 고지, 열람이 있는데 각 조사방법에 적합한 증거서류의 유형화가 필요하다”며 “‘낭독’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증거서류에서는 다투는 사건, 쟁점관련 서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판중심주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데 증거서류의 조사를 ‘낭독’의 방법으로 하는 것이 시간적인 제약의 문제로 실무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일단은 정말 중요한 일부 주요 증거에 한해 실시하고 점차 이를 확대해 ‘낭독’의 증거조사 실무가 정착돼 가면, 수사실무와 증거신청실무에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부장은 또 ‘열람’ 조사방식과 관련해 검사, 변호인, 피고인은 이미 열람한 상태에서 법관만이 열람이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반드시 열람해야 되는지에 대해 “증거채택 후 다음 공판기일 사이 판사실에서 열람하고 다음 공판기일에 법정에서 당사자들로 하여금 증거의 의미를 진술하게 하는 등 토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부분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완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허만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워크숍 결과에 대해 “개정 형소법상의 공판진행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많이 이뤄져 합의점을 찾기도 했으나 이는 자칫 잘못하면 각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을 간섭할 수도 있는 만큼 재량을 넓게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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