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학생의 학습권은 학교를 설립한 종교 재단의 신앙 실행의 자유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배기열 부장판사는 5일 `학내 종교 자유'를 침해당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강의석씨가 대광고 재단과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광고는 원고에게 1천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나 종교교육의 자유가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할 때에는 교육의 공공성으로 인해 헌법에서 규정한 교육관계 법령상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일정한 종교단체가 선교 등을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해도 그것이 공교육 시스템 속의 학교로 존재하는 한 선교보다는 교육을 1차적인 기능으로 삼아야 하고, 선교를 이유로 학생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고 누려야 할 교육권 내지는 학습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비록 학생들의 올바른 심성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는 종교에 관한 객관적인 지식과 이해를 높여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그쳐야지 특정 교리와 의식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종교교육의 자유가 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 등과 충돌시 원칙적으로 학생의 신앙의 자유는 학교를 설립한 종교단체의 선교나 신앙실행의 자유보다 더 본질적이며 인격적 가치를 지닌 상위의 기본권에 해당돼 헌법이 보장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은 정당하고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업을 받을 권리까지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학교의 퇴학 처분에 대해서는 강씨가 실제 강씨가 했던 행위에 비해 징계처분 중 가장 무거운 학생으로서의 신분까지 박탈하는 퇴학 처분은 징계권의 남용이 분명하며, 의견 진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은 절차적으로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강씨의 서울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으로서의 조치가 다소 미흡했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고의나 과실로 법령에 위반'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종교 강요로 인한 학생의 정신적 고통을 공감하고 그에 대한 학교의 책임 부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서울시에 대한 청구가 받아들이지 않아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문제는 대광고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이 나서서 각 학교에 팽배해 있는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함으로써 다른 학교에서도 이제는 종교 강요를 하지 않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2004년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제적된 뒤 이듬해 퇴학처분 무효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낸 뒤 학교의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ㆍ양심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당하고 퇴학처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대광고와 서울시를 상대로 5천100만원의 소송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