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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제 통과..사법신뢰 기틀 마련>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임주영 기자 = 국민이 형사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17일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배심제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2005년 5월 의결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판결문 표지에 법원 이름과 함께 `IM NAMEN DES VOLKES'(국민의 이름으로)라고 적을 정도로 국민의 사법 참여를 절대 가치로 여기고 있다.
모의 재판과 여론조사 등 치밀한 준비 끝에 성안된 법안은 국민참여재판이 적용되는 사건의 범위와 배심원의 자격, 선정 절차, 공판준비 및 절차, 평결과 평의, 선고, 배심원 보호사항 등을 담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 헌법 27조1항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미법은 물론 우리 사법 체계의 바탕이 된 독일법도 참심제를 통해 국민의 사법 참여를 보장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권고적' 효력만을 갖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은 충분히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는 점에는 논의 주체들도 대부분 동의해 진통 끝에 법안이 마련됐다.
이르면 2009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참여재판은 고의로 사망을 일으킨 범죄, 강도ㆍ강간 결합 범죄, 수뢰죄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조폭이 연루된 범죄나 성폭력 사건처럼 피해자가 반대하는 경우에는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 시행 착오도 일부 우려된다.
무엇보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들이 여론이나 학연ㆍ지연 등을 토대로 선입견을 갖고 참여하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배심원의 오판이 판결의 권위를 깎아내려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초기에 해결할 과제이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모의 재판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게 배심원단이 기존 판례나 재판부 결론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결을 내려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모의재판에서는 일반인 배심원단이 피고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해 배심원들의 오판 가능성을 놓고 일부 우려를 낳기도 했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도 배심원들의 선입견을 막을 수있는 장치와 관련된 논의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전해진다.
배심원단의 의견이 법관의 최종판결을 구속하지 않는 권고적 효력만을 갖도록 한 것도 이런 오판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우리 사법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형사소송에서 공판중심주의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소송 절차도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인맥이 중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배심원과 판ㆍ검사, 변호인, 피고인 사이에 어떻게 판단의 공정성을 확보할 것인지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배심원을 이해시키기 위해 검사와 변호사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법관 이외의 일반인이 재판과정에 관여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정착할 수 있을지는 준비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 각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or@yna.co.kr
zo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04/17 22: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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