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의정부지법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속영장 청구는 위법이라며 잇따라 영장을 기각, 잘못된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의정부지법 정헌명 영장 담당판사는 지난 6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지난 5일 양주시 은현면 은현초교 앞에서 학원차를 운전하던 중 어린이의 옷자락이 출입문에 낀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출발하다 사망사고를 냈으며 어린이를 병원으로 옮긴 뒤 병원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정 판사는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시점이 교통사고 발생시간에서 20분이 경과한데다 장소도 사고 지점이 아닌 병원"이라며 "현행범 체포는 체포를 당하는 자가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죄증이 명백히 존재할 때만 인정된다"며 "이 경우 현행범 체포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가 부적법한 현행범 체포를 근거로 이뤄진 것으로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정 판사는 경찰서 지구대에 임의동행된 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강체추행 혐의로 체포된 B씨의 구속영장도 "부적법한 현행범 체포에 근거한 위법한 행위"이라며 기각했다.
정 판사는 "경찰이 피의자를 임의 동행할 당시에는 피의자가 강제추행을 한 범인이라는 증거가 명백히 존재하지 않았었다"며 "임의동행한 피의자가 추후 죄증이 명백하다면 절차에 따라 긴급체포를 하거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자는 현행범으로, 범인으로 호칭돼 추적중일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됐다고 인정할 흉기 등을 가지고 있을 때,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범죄 흔적이 있을 때, 도망할 때 등은 준현행범으로 규정해 현행범과 준현행범에 대해서만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정부지법 공보담당 박재우 판사는 "현행범 체포는 피의자와 인권과 직결되는 만큼 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현행범 체포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속영장 기각은 법원이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