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해도 법원이 직권으로 재판을 한 뒤 형량을 정하는 '공판 회부사건'이 증가하면서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7일 청주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이 약식기소된 피고인들을 직권으로 재판에 회부한 경우는 지난해 49명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10월까지 이미 84명으로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지법은 '통일적 양형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합의부 배석판사들이 담당했던 약식명령 사건을 올해 2월 23일부터 형사단독판사들에게 맡겨 처리하다가 지난 4월부터는 공판회부사건 전담 재판부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공판회부사건 전담 재판부는 약식기소된 사건 중 사안이 중하거나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에 직권 회부한 뒤 상당수 피고인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고 있다.
약식사건 심리가 강화된 지난 3월 이후 8개월간 청주지법에 접수된 공판 회부 사건 피고인 84명 중 선고가 이뤄진 66명에 대한 검찰 구형과 법원 판결을 분석한 결과, 66.7%인 44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되거나 벌금이 증액되는 등 형량이 무거워졌다.
이 가운데 상습적으로 무면허운전을 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된 A씨는 징역4월의 실형을, 지인을 폭행한 뒤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B씨는 징역 6월을 선고받는 등 4명의 피고인이 재판 후 교도소 신세를 져야 했다.
또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된 충북지역 장애인단체 전 협회장 C씨 역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교도소행을 면한 22명 중 6명은 80∼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해야 했고 2명은 집행유예와 함께 벌금형을 병과 받았다.
이외에 18명의 피고인은 검찰이 구형한 벌금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선고받았다.
법원에서 형량이 늘어난 44명 외에 피고인 7명은 검찰이 구형한 벌금액과 동일한 선고를 받았으나 2명은 무죄를, 2명은 공소기각 판결을 각각 받았다.
일례로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합의를 한 C씨는 검찰 단계에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야 했으나 벌금 30만원에 기소됐다가 다행히 이를 파악한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판에 회부해 공소기각 선고를 내림으로써 전과자 신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교차로를 통과하다 사고를 낸 D씨는 신호위반자로 몰려 벌금 200만원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으나 피해자 가족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합의를 시도했던 점 등 경위가 미심쩍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재판을 받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법원이 사건을 직권으로 공판 회부하자 자취를 감춰버려 구인장이 발부된 피고인도 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지법 손천우 공보판사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된 피고인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법원은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검찰이 구형한 벌금액보다 더 큰 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재판부가 공판에 회부할 경우 실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벌금만 내면 끝나는 줄 알던 피고인들이 공판에 회부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으면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한 차례 더 반성을 하게 되고 피해자들과 합의에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