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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판사들 속내..'구룡산의 메아리'>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저는 인격수양의 1, 2단계는 졸업한 것 같은데 3단계는 아직 수료증만 받은 상태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것도 최근에야..."
이재홍 청주지법원장이 부임 후 1년 동안 법원 직원들에게 보냈던 엽서 내용을 비롯해 판사와 직원들이 법원 안팎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묶은 책 「직지마을 제2호-구룡산의 메아리」가 5일 발간됐다.
이 법원장은 이 책에서 인격수양 1단계를 무례한 운전자에게도 분노가 일지 않는 정도, 2단계를 골프경기를 하면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수준, 3단계를 법정에서 몰상식한 당사자나 뻔뻔하게 위증하는 증인을 보고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경지라고 규정했다.
물론 이 법원장 본인은 자신도 3단계를 졸업하지 못한 '수료 단계'라고 못박은 뒤 "단독판사 시절에는 엉망이었고 부장시절에도 결점투성이였는데 최근에야 어느 정도 경지에 겨우 올랐다"면서 "법정진행을 하면서 도를 닦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일선 판사들에게 충고했다.
지난 2005년 발간된 제1호 이후 3년여만에 나온 이 책은 '법원장의 그림엽서', '법원에서 추억만들기', '소박한 우리들의 이야기', '생각나누기', '동호회 이야기', '만남과 헤어짐', '귀 기울여 듣기' 등 7개 코너로 짜여져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지난해 2월 청주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는 김진희 판사는 "대부분의 피고인은 불행과 고통으로 얼룩진 모습이었다"고 재판 과정에서 느낀 속내를 털어놨다.
김 판사는 "기록과 법정에는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개인사와 분노의 소리가 가득 차 있다"면서 "걸러지지도, 포장되지도 않은 인간적 모습을 보곤 하는데 그럴 때는 힘들다기보다 마치 인간의 본성을 사정없이 파헤치는 영화를 봤을 때처럼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어수용 수석부장판사는 자신이 배석판사 시절에 시계를 분실한 뒤 구두닦이 청년을 의심하며 주변 판사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결국 책 속에 끼어있던 시계를 발견했고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에 아찔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구두닦이는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는 선입관에 빠져 있었고 선입관이 매우 치명적인 것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홍 법원장은 발간사에서 "이 책에 우리의 진솔한 모습을 담았다"면서 판사와 직원들에게 "앞으로도 국민의 말씀을 더욱 많이 귀담아 듣는 진정한 '구룡산'의 메아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2/05 15:5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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