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부산시의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각종 예우와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지만 자칫 특정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켜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시의회는 25일 허태준 기획재경위원장 등 11명의 시의원이 공동발의한 `부산시 기업인 예우 및 기업활동 촉진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기업인 예우'조례에 의해 부산시가 지정한 `우수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각종 예우와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부산시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6월부터 전국 지자체 중 처음 이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72개 기업이 지정됐다.
우수기업에는 중소기업자금 우선지원,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해외시장 개척단 및 해외전시회 우선참가, 공영주차장 및 유료도로 무료이용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시의회는 3월 16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3월 임시회에 상정해 통과되면 부산시장의 공포를 거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의원들이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지난 해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향토 주류업체 대선주조㈜의 대주주였던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의 지분매각을 둘러싼 이른 바 `먹튀논란'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2004년에 경쟁업체와의 인수합병 다툼에 휘말렸던 대선주조의 주식 98.97%를 싼값에 사들인 뒤 불과 3년여만인 지난 해 전량 모 사모펀드에 매각해 수백억원대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외환위기 때 부도위기에 몰려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부산시민들의 `향토소주 살리기'운동에 힘업어 회생한 대선주조를 인수한 신 회장이 기업의 발전과 이를 통한 사회적 기여보다는 이익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각종 지원과 혜택을 누리는데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한 채 이익만 추구할 경우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조례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대선주조㈜가 첫번째 제재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주조㈜는 `우수기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2006년 6월 `향토기업'으로 지정돼 `우수기업'과 동일한 예우와 지원을 받아왔다.
`향토기업'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30년 이상 성실하게 기업활동을 해온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부산시가 지정하는데 부산은행과 한진중공업 등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 53개가 지정돼 있다.
시의회의 조례개정에 대해 시민단체 등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이윤만 추구하는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예우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우수기업 등을 선정할 때 이를 반영해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사후에 제재를 가할 경우 자칫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고 자의적인 해석을 통한 제재의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 관련부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법적인 개념조차 마련되지 않은데다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우수기업 등을 선정하는 위원회에서 논의해 제외시키는 등의 제도개선도 가능한데 굳이 조례로 제정해 기업에 부담을 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