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재판과정에서 증인이 사건의 핵심이 아닌, 지엽적인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불구속 기소된 모 출판사 간부 백모(52)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저서인 '일본은 없다'를 발간한 출판사에 재직하던 백씨는 전 의원이 2004년 이 책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한 모 인터넷매체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전 의원이 책을 쓰고자 사용한 자료의 저자인 A씨를 일본에서 만났다고 진술한 백씨는 A씨를 만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책을 발간한 출판사 관계자라는 점을 숨겼음에도 이를 미리 알렸다며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백씨는 2008년 1월 1심에서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그해 9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증언의 전체적인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데 일부 사소한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고 해서 위증으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정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는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신문 절차에서의 증언 전체의 사실 여부를 따진 뒤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전에 신분과 용건을 명시적으로 밝혔는지는 전체 진술에서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체 증언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 상황에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이는 사소한 부분에 대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므로 위증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전 의원은 1993년 출간해 화제를 일으켰던 책 `일본은 없다'가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는 한 인터넷매체 등의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2004년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불복,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