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여름 에어컨 등 수리서비스를 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과다요금을 징수한 후 서비스센터 직원들로부터 환수한 상태에서 아직 소비자들에게 환급하지 않아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여름, 에어컨 등 수리서비스를 하면서 과다요금을 징수하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더욱이 LG전자는 서비스기사들로부터 과다요금에 대한 금액을 급여에서 공제·회수하고도 소비자에게는 전달하지 않고 있어 부당 착폭 의혹까지 확산되고 있다.
“월급에서는 분명히 과다징수 요금을 회수한다고 공제하고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LG전자 서울 한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현명식(33·가명)씨는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해 10월 15일 급여분에서 에어컨 수리비용에서 20만원을 더 받았다며 공제했는데, 소비자에게 확인해보니 LG전자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책임은 서비스센터에 있다”
동료들에게 확인해보니 사정은 마찬가지.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백만원 단위까지 공제한 사례도 있었다. 서비스기사들의 화두와 관심은 당연히 고객들에게 이 돈이 환원됐지는 여부에 모아졌다. 그러나 몇 군데 확인한 결과 LG전자로부터 받은 돈이 없음을 알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씨는 “LG전자가 과다징수 금액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것은 돌려주었다가 회사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판단에 따라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과다징수 된 부분은 인정하지만 현재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박했다. 올 초부터 무통장 입금과 텔레뱅킹서비스를 통해 순차적으로 환원을 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증거자료 요청 4일만에 일부 자료를 보내왔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서비스센터의 경우 아웃소싱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운영을 하고 있다”며 “과다징수 부분에 대한 책임은 센터에 있으며 우리는 부품가격을 계산할 때 대행수수료 중 과다징수 부분을 공제한 다음 환수금액을 고객에게 환원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실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LG전자의 정식직원은 아니다. 별도 법인으로써 LG전자와 계약을 맺고 LG전자에서 정한 업무지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LG전자가 과다징수에 대한 책임을 센터라고 말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비스기사들이 업무지침에 있는 그대로 이행하지 않고 현장에서 제멋대로 수금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신입 서비스기사들의 경우 이런 행태가 자주 발생한다는 귀띔이다.
브랜드 관리 소홀 책임 면키 어려워
하지만 서비스기사들은 LG전자의 이같은 답변에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계약관계로 아웃소싱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엄연히 LG전자의 업무를 하는데 과다징수에 대한 책임을 센터로만 떠넘기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는 주장이다.
한 서비스기사는 “분명히 LG전자의 업무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우리를 LG전자의 직원으로 보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우리보고 책임을 지라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서비스기사들이 의구심을 나타내는 또 다른 한 가지는 10월 달에 공제한 금액을 넉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 동안 공제만 하고 보관하고 있던 환수금액을 현재시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환원해주고 있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반년 이상이 걸린 시점이다. 그 만큼 소비자 측면에서는 과다징수가 얼마이든지 간에 기회비용을 상실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비자 확인작업 과정을 거침에 따라 늦어졌을 뿐이다”고 답변했다.
LG전자 한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환원을 지연한 이유에 대해 확인과정이 늦어졌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라며 “이같은 문제제기가 없었으면 소비자에게 환수금액이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LG전자가 환원을 지연시킨 이유는 회사이미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서비스기사들이 아웃소싱 업체 직원이든 여부에 상관없이 LG전자의 직원으로 생각하고 있고 과다징수가 됐다는 점에서 LG전자를 따가운 시선으로 본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LG전자가 브랜드 관리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도 이 부분에 대해 “아웃소싱 관계는 LG전자와 서비스센터간의 관계일 뿐 현장에서 보는 소비자는 LG전자의 직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사실 이같은 일로 인해 LG전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빈번해도 대안 마련 소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LG전자나 서비스센터에서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인만큼 서비스기사들이 규정에 맞게 이행하길 바랄 뿐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현장에서 수금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견적서만 소비자에게 뽑아주고 후불방식으로 수리비를 청구해서 수납 받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LG전자는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일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물론 후불방식으로 수납을 받으면 부품가격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다 징수부분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후불방식으로 청구했을 때 1백% 수납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현재의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